‘체르노빌’ 드라마를 보고
HBO에서 방영하고 왓챠에도 공개되어있는 ‘체르노빌’ 드라마를 인상깊게 보았다. “What is the cost of lies”. 거짓의 대가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드라마만으로는 사고에 대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감상적인 부분을 뒤로하고, 먼저 해당 사고가 발생한 다각적인 원인에 대해 분석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해당 내용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배경지식
[원자력 발전소 원리]
원자력 발전의 기본 원리는 질량은 에너지와 같다는 특수 상대성이론에 기반하였으며 이를 ‘핵분열’을 통해 공학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핵분열은 중성자가 우라늄235에 부딛혔을 때 이것이 2개의 핵으로 나뉘면서 우라늄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때 발생되는 열에너지를 이용한다. 해당 열에너지로 물을 가열하고 이때 나오는 증기를 통해 터빈,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연쇄적으로 생긴다. 그 이유는 우라늄이 분리될 때에도 중성자가 생기는데 이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과 또 부딛히기 때문이다.
다음 사진에 잘 나타나있듯이 우라늄과 반응한 중성자는 ‘고속중성자’ 형태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이렇게 빠른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과 반응할 확률이 낮다. 즉 속도를 낮출수록 우라늄과 부딛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속재’라는 것이 필요하다. 미드 ‘체르노빌’에서 ‘노심’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사진출처: 국제원자력안전학교)
[체르노빌 원전의 구성 및 역할]
체르노빌 원전은 RBMK로 구성되어있다. ‘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 원자로’라는 뜻으로 ‘흑연’으로 감속재를 사용하고 ‘경수’를 냉각재로 사용하여 원자로 내부에서 물을 끓인다. 이러한 원전의 개략도는 다음과 같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 Graphite-moderator (흑연 감속로)
-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
- 미드 ‘체르노빌’에서 ‘노심’이라고 불리는 부분
- 위 ‘원자력 발전소 원리’ 문단에서 감속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놓음
- Control rods(제어봉)
-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물질로 구성되어있음 (체르노빌의 경우 ‘붕소’)
- ex1. 제어봉이 많이 삽입되어있는 경우 중성자 수가 줄어들어 핵분열 감소
- ex2. 제어봉이 많이 인출되어있는 경우 중성자 수가 증가하여 핵분열 증가
- 체르노빌의 경우 아래 끝 부분이 ‘흑연’으로 되어있으며 과도하게 올릴 경우 이 흑연이 연료봉보다 위로 올라가게 된다.(병신같은 설계라고 지적받는 부분. 앞서 말했듯이 흑연은 감속재다..)
- 사진에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인출되어있는 경우 그 자리를 물이 차지하고 있음
- Fuel rods(연료봉)
- 우라늄 연료를 피복관으로 싼 막대
- radiation shield and containment structure(방사능 보호체 및 격리건물)
- 나머지는 대충 읽으면 아는 것들
[체르노빌 RBMK가 반응성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원리]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기본적으로 핵분열 반응성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응성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고 너무 낮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다음 사진을 보자.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반응성을 높이는 요인이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이 반응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와 같은 경우가 이상적으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다.
(사진출처: 체르노빌 5화 - 반응성의 균형 설명 장면)
- 우라늄 원료 (반응성 ↑)
- 핵분열의 주체
- 붕소 제어봉 (반응성 ↓)
- 중성자 흡수
- 양의 보이드 계수 (반응성 ↑)
- 온도에 의해 물의 기포량이 달라지는데 이에 따른 반응의 변화율이 ‘보이드 계수’
- ‘양의 보이드 계수’란 기포가 많을 수록 핵반응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
- 냉각수 (반응성↓)
- 물 또한 제어봉(중성자 흡수) 역할을 함
- 수증기 (반응성 ↑)
- 수증기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물이 줄어든다는 의미기 때문에 반응성 ↑
- 부 온도 계수 (반응성 ↓)
- 핵연료가 뜨거워지면 반응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
위 사항이 RBMK가 반응성의 균형을 이상적으로 맞추고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응성을 무너뜨리는 원소가 등장한다. 바로 ‘제논’이다. 다음 사진만 봐도 파란색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잘 이해한 사람이라면 두 개지 의문점이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갑자기 ‘제논’이 왜 나타나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인지? 두 번째로 파란색은 반응성을 낮추는 요인인데 이것이 어째서 원전 폭발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다음 목차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구성]에 설명이 있다.
(사진출처: 체르노빌 5화 - 제논이 반응성의 균형을 무너뜨림을 설명하는 장면)
- 제논 (반응성 ↓)
- 중성자를 흡수하여 반응성을 낮춤
-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 상태’에서는 중성자의 양이 많기 때문에 제논이 중성자를 흡수하며 사라져버림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구성
먼저 사고가 발생한 배경은 어떤 실험을 하려다가 터진 것이다. 그 실험은 원전이 갑자기 중단되어버리면 동작하는 ‘비상용 발전기’에 대한 것이었다. 비상 상황이 발생되어 이 ‘비상용 발전기’에 의해 전력을 공급받기까지 1분 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 1분 동안 터빈의 관성으로 원전이 잘 버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실험은 사고가 터지기 이전에도 몇 번 행해진 적 있으나 적절한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시도하는 것이였다고 한다.
따라서 해당 실험을 위해 원자로의 출력을 정격 출력의 20~30%인 700MW로 낮추어 실행할 예정이었다. 이후의 Flow는 다음 사진과 같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반응성을 낮추게 되는 계기,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반응성을 높이게 된 계기를 의미한다.
체르노빌 미드에서는 당시 원전 사고의 책임자 ‘아나톨리 댜틀로프(체르노빌 원전 부소장/수석엔지니어, 1931.03.03~1995.12.13)’가 축적된 ‘제논’에 대해서 무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상적인 출력의 상태에서는 제논이 중성자와 반응하여 사라지지만, 저출력인 상태에서 오래 지속되면 제논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이는 중성자를 많이 흡수하여 반응성을 낮추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곧 26일 00시에 출력이 30MW로 급강하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RBMK의 설계적인 원인 중 하나는, 예상할 수 있듯이 ‘제어봉’이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테스트 절차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 비상 장치에 대한 제어권한, 의사결정에 대한 규제 등과 같이, 인적요인을 제어하기위한 정책이라도 확실히 마련되어있었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듯하다. [참고링크]